합리적 정서행동치료 - 치료기법 1

ABC 기법: 비합리적 신념 포착하기

 

 ABC 기법은 내담자가 고통을 느끼는 문제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비합리적인 신념을 포착하는 방법이다. 내담자는 자신의 주된 문제로 고통스러운 감정(우울, 불안, 분노 등)이나 자기 패배적 행동(과제 회피, 미루기, 과도한 분노 표현이나 공격행동)을 호소한다. 이러한 부적응적인 감정과 행동은 비합리적인 신념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내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적응적인 감정과 행동(C)을 선택하여 구체화한다. 어떤 감정과 행동이 내담자의 부적응에 가장 중요한지를 명료화한다. 다음에는 그러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거나 부적응 행동을 나타낸 상황이나 사건(A)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게 한다. 내담자는 사건에 대한 평가가 이미 개입된 형태로 사건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사건을 목격한 제3자의 입장에서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형태로 사건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내담자는 분노를 경험한 사건을 "친구가 저를 무시하는 말을 했어요."라고 기술할 수 있다. 그러나 '무시'라는 단어에는 이미 해석과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에 친구가 "너와 나는 성격이 다르잖아. 이런 일은 너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이 A에 해당한다.

 다음에는 A-B-C에서 B에 해당하는 신념과 사고를 탐색한다. 즉 이미 확인된 A와 C를 연결하는 B를 찾아내는 것이다. 사건(A)을 어떤 의미로 생각했는지,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상황에서 C를 유발한 생각은 무엇이었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B를 탐색한다. B를 파악하게 되면 내담자가 A라는 상황에서 C라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가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합리적인 신념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특성을 지닌다. 1)비합리적인 신념은 사실과 다르다. 즉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2)비합리적인 신념은 강요나 명령의 형태를 지닌다. 특히 현실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과도한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3)비합리적인 신념은 과도한 감정을 유발한다. 4)비합리적인 신념은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4)비합리적인 신념은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신념은 자기 패배적 행동을 유발하여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반해서 합리적인 신념은 사실에 근거하고, 절대주의 적이거나 당위적이지 않으며, 적당한 정도의 온건한 감정을 유발하고,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합리적 신념 논박하기

 

 REBT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기법은 내담자의 비합리적 신념을 포착하여 논박하는 것이다. 논박하기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지닌 신념의 타당성과 유용성을 평가하도록 돕는 적극적인 개입 방법이다. 논박하기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첫째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서 치료자가 다양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 신념의 비합리성을 깨닫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REBT 치료자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의 질문을 통해서 내담자의 변화를 유도한다.

1)논리적 논박: 그러한 신념이 타당하다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 아닌가?

2)경험적 논박: 그러한 신념이 타당하다는 사실적 또는 경험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렇게 생각할 만한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가?

3)실용적/기능적 논박: 그러한 신념은 당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당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가? 당신의 인간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가?

4)철학적 논박: 그러한 신념이 과연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5)대안적 논박: 이 상황에서 좀 더 타당한 대안적인 신념은 없는가? 당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합리적인 신념은 무엇인가?

 둘째는 설명식의 논박법이다. 이것은 '강의식' 설명을 통해서 내담자의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하여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자는 REBT의 다양한 개념을 소개하고 합리적 신념과 비합리적 신념의 차이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내담자가 비합리적 신념을 인식하고 합리적 신념으로 대체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비유나 우화와 같은 은유적 방식을 통해서 신념의 비합리성을 설명할 수도 있다.

 셋째는 풍자적 방법으로서 내담자의 신념을 과장하거나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희화함으로써 그러한 신념의 비합리성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역설적 의도기법과 마찬가지로 내담자의 비합리적 신념을 직접적으로 논박하기보다 그 신념을 더욱 강한 형태로 우스꽝스럽게 과장함으로써 그 신념의 비합리성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Ellis는 "시험에 낙방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고 우기는 내담자에게 풍자적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맞아요! 그건 끔찍한 일 일뿐만 아니라 당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그건 내가 들은 최악의 뉴스네요! 너무 끔찍해서 차마 입에 담기가 힘드네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어서 빨리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내담자 자체가 아니라 그의 생각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리적 모델링(Vicarious Modeling)을 통해 논박하는 방법도 있다. 치료자는 내담자와 유사한 사건을 경험했지만 심각한 정서적 문제 없이 살아가거나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승화시킨 사람들을 모델로 예시할 수 있다. 그들이 심각한 부적응을 경험하지 않는 이유는 내담자와 같이 비합리적 신념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대리적 모델링을 통해서 내담자에게 많은 통찰을 전달할 수 있다. 즉 내담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운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신념을 통해서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달을 수 있다.

 논박하기는 비합리적 신념을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기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신념들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이러한 신념을 자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신념의 논리성, 현실성, 실용성에 대해서 거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신념들은 일상생활에서 너무 자주 개입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동시에 그 비합리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논박하기는 내담자의 삶을 부적응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비합리적 신념을 포착하여 변화시키는 REBT의 핵심적 기법이다.

 REBT의 대표적인 인지적 기법은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합리적 신념을 찾아 논박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내담자가 치료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비합리적 신념을 찾아 논박하고 합리적 신념을 찾아보는 인지적 과제를 주는 방법, 내담자가 치료시간의 녹음을 들으며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방법, 독서나 심리 교육적 활동을 통해 내담자가 자기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인지적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