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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정서행동치료 - ABC 모델

by 코코 라이프 2022. 9. 29.
ABC 모델

 

 인간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고 비합리적인 왜곡된 사고를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모두 지니고 태어난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며 자신을 성장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성을 지니지만, 참을성 없이 충동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을 파괴하고 실수를 반복하며 다른 사람과 갈등적인 관계를 맺는 경향성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생득적인 생물학적 요인과 후천적인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비합리적인 사고의 경향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건강하지 못한 부정적 정서와 부적응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인간의 비합리성은 개인을 정서적 고통과 혼란에 빠지게 하는 취약성의 바탕이 되며, 비합리적 사고와 신념은 고통과 혼란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러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설명하는 REBT 성격 이론의 핵심이 바로 ABC 모델이다.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환경적 조건에 대한 적응과정으로서 다양한 외부 자극에 대한 정서적 또는 행동적 반응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지적인 존재로서 외부 자극을 해석하고 평가하여 그에 대한 반응을 결정한다. REBT는 인간의 주요한 세 심리적 기능인 인지, 정서, 행동이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함을 강조하지만 특히 인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BC 모델은 인간의 인지, 정서, 행동의 관계에 대해서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A는 생활환경에서 일어나는 촉발사건을 의미하며 선행사건 또는 역경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어떤 정서나 행동을 촉발하는 외부적 자극으로서 시험에 떨어지거나 타인에게 비판을 당하거나 실직하는 것과 같은 사건을 의미한다. B는 이러한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신념을 뜻한다. 이러한 신념은 합리적인 것일 수도 있고 비합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C는 촉발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개인이 나타내는 정서적 또는 행동적 결과를 의미한다. ABC 모델의 핵심은 신념이라는 인지적 요인이 촉발사건과 결과적 반응을 매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고통을 받는다."는 Epictetus의 주장을 구체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ABC 모델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정교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ABC 모델은 A->B->C의 인과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Ellis와 MacLaren이 제시하고 있듯이 A x B = C로 이해될 수도 있다. A x B = C의 설명방식은 신념이 매개적 역할을 하기보다 촉발사건의 영향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 B가 A와 C의 관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중재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신념이라는 모호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B는 선행사건 A에 대한 해석을 반영하는 사고로서 A에 의해 촉발된 것인가 아니면 개인이 선행사건이 이전부터 지니고 있는 신념으로서 A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Ellis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명확한 견해를 피력하지 않은 채 신념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여 두 가지의 인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 소개하게 될 Beck의 인지치료는 인지를 자동적 사고와 역기능적 신념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동적 사고는 사건에 의해 촉발된 인지적 산물로서 매개 역할을 하는 반면, 역기능적 신념은 개인이 평소에 지니고 있는 인지적 구조로서 중재 역할을 한다. Ellis와 Beck은 모두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Beck은 인지적 요인을 세분하여 각각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Ellis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비합리적 신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철학적 관점에서 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도록 하는 데에 깊은 관심을 지녔다. 요컨대 Ellis 스스로 명백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ABC 모델에서 B가 의미하는 바는 사건의 해석내용을 반영하는 사고와 사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신념으로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험에서 낙방한 사건에 대해서 "나는 무능하고 무가치한 존재이다."라는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되어 심한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러한 생각은 사건의 의미를 과장하여 해석한 것으로서 매개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나는 내가 추구하는 일에서 항상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당위적 신념을 지닌 사람은 동일한 낙방 사건으로 인해서 더 강한 충격과 우울감을 느낄 것이며, 이러한 당위적 신념은 낙방의 심리적 충격을 강화하는 중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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