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기: 자아심리학의 시기
프로이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인간의 정신세계 전체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심리학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제 2기에는 프로이트가 인간의 추동을 중심으로 한 무의식 세계에 관심을 가졌다면 제 3기에는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내면적 추동과 외부적 현실을 조정하는 자아의 기능으로 프로이트의 관심이 옮겨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자아심리학의 시기라고 한다.
1923년에 프로이트는 '자아와 원초아'의 발표를 통해서 지형학적 모델을 성격의 삼원 구조 이론으로 수정하면서 자아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원초아는 제 2기에 제시한 추동 이론에 의해서 거의 그대로 설명되었으며, 자아는 원초아의 일부가 변형된 것으로서 원초아와 현실의 요구를 조정하는 심리적 기능으로 보았다. 초자아는 어린 시절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내면화된 도덕관념과 이상적 자아상을 포함하는 것으로 제시하였다. 1926년에 발표된 '억압, 증상과 불안'에서는 불안을 위험신호에 대한 자아의 적극적인 반응으로 보았으며 자아는 불안 감소를 위해서 방어기제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 적응을 위한 여러 기능을 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로이트의 막내딸은 이러한 생각을 이어받아 1936년에 발표한 '자아와 방어기제'에서 다양한 방어기제를 제시했으며 프로이트 사후에 자아 심리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프로이트는 평소에 하루 평균 20개비의 시가를 피우는 애연가였다. 1923년에 처음 턱에 암이 발생했으며 그 후 16년 동안 33회의 턱 수술을 받았다. 이처럼 여러 번의 수술을 통해 심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는 정신분석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1933년에는 히틀러에 의해 프로이트의 저서가 공개적으로 불태워졌으며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졌다. 프로이트는 82세가 되던 1938년에 유태인 학살을 피해서 비엔나를 떠나 런던으로 피신했다. 1939년 병세가 악화되어 더 이상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프로이트는 안락사를 요구했으며 9월 23일 모르핀 투여를 통해 잠이 든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프로이트는 호기심, 대담성, 불굴의 의지로 인간 정신의 심층 세계를 철저하게 파헤친 위대한 탐구자였다. 또한 언어 감각이 탁월한 문장가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어로 쓰인 그의 글과 논문들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미묘한 은유적 표현이 훼손되어 그의 사상이 왜곡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제 4기: 프로이트 사후 정신분석의 발전
프로이트 사망 이후에 정신분석은 크게 두 가지의 흐름으로 발전했다. 한 흐름은 프로이트가 주장한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주장을 고수하며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으로서 자아심리학, 대상관계 이론, 자기심리학, 관계적 정신분석이 여기에 속한다.
3. 주요 개념과 성격이론
1) 정신분석의 기본가정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의 연구로 출발하여 정신장애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동과 문화현상까지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체계를 제시하고자 했다. 그의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의 심리적 현상에 대한 몇 가지 기본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는 심리적 결정론으로서 인간의 모든 행동은 원인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 하더라도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으며 심리적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정신 역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심리적 현상은 그에 선행하는 어떤 것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는 무의식에 대한 가정이다. 인간의 심리적 세계에는 개인에게 자각되지 않는 무의식적 정신 현상이 존재하며, 인간의 행동은 의식적 요인보다 무의식적 요인에 의해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행동의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많은 행동이 이러한 무의식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성적 추동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이며 무의식의 주된 내용을 구성한다는 가정이다. 성적 욕구는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기 때문에 억압되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되지만 인간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로이트는 나중에 성적 욕구와 더불어 공격적 욕구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여겼다.
넷째는 정신분석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 특히 부모와의 상호작용 경험이 성격 형성의 기초를 이룬다고 본다. 성인의 행동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무의식적인 성격 구조가 발현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을 잘 탐색해야 한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기본적 입장이다.
2) 마음의 지형학적 모델인 무의식의 세계
본래 신경과 의사였던 프로이트는 신체적 손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 일부의 마비 증상을 나타내는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러한 증상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왜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환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의식 세계가 존재하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활동이 증상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자유연상과 꿈 분석을 통해 무의식의 존재와 기능을 인식한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하여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는 1900년에 발표한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하는 지형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적 경험은 의식적 접근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의식 수준으로서 항상 자각하고 있는 자각, 사고, 정서 경험을 포함한다. 이러한 의식적 경험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된다. 정신세계라는 거대한 빙산에서 수면으로 떠오른 일부가 의식적 경험에 해당된다. 둘째는 전의식 수준으로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의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과 경험을 의미한다. 전의식은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으로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무의식 수준은 자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의식되지 않는 다양한 심리적 경험을 포함한다. 이러한 무의식은 수용되기 어려운 성적 욕구, 폭력적 동기, 부도덕한 충동, 비합리적 소망, 수치스러운 경험과 같이 의식에 떠오르면 위협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억압된 욕구, 감정, 기억의 보관소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정신세계를 빙산에 비유하면서 대부분은 무의식의 수면 아래 잠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무의식은 의식에 잘 떠오르지 않지만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음의 지형학적 모델은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장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대부분이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은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심리적 내용을 찾아내어 의식화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이다. 꿈 해석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서 꿈의 내용 속에 은밀하게 담겨 있는 무의식적 욕구, 소망, 갈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실수, 망각, 농담에도 무의식의 소망과 갈등이 위장되어 나타난다. 환자에게 꿈을 비롯하여 그의 다양한 행동과 경험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무의식의 소망과 갈등을 의식화하도록 돕는 것이 정신분석의 핵심이다.
그런데 인간의 무의식 세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무의식 세계에는 개인의 심리적 경험 중에서 자각될 경우 불쾌하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억압되어 저장된다. 과거 경험은 의식되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남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무의식에 저장된 심리적 요소들은 일치성이나 상충성에 따라 서로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지니는데 이를 정신역동이라 한다. 개인의 행동은 다양한 무의식적 요소들 간의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무의식 세계는 과거의 수많은 기억과 억압된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심리적 지하의 어두운 저장소인 동시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경쟁하고 타협하는 심리적인 지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의식 세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히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된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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