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치료에서는 개인의 부적응 상태를 정신 병리적 진단 범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Rogers는 정신장애에 대한 설명체계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심리적 부적응은 개인의 실현 경향성이 차단되고 봉쇄된 결과라고 여겼다. 실현 경향성이 억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를 비롯한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서 개인의 특성과 경험이 조건적으로 수용되고 존중되기 때문이다.
Rogers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잠재 능력을 건설적으로 펼치려는 실현 경향성을 지닌다. 이러한 경향성에 따른 행동과 경험은 유기체적 가치화 과정을 통해서 긍정적이고 소중한 것으로 존중되고 긍정적인 자기 존중으로 이어져 건강한 자기개념과 자기 존중감의 바탕을 이룬다. 건강한 자기 개념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 자기 모습에 근거한 현실적 자기가 주축을 이룬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험들은 자기 개념과 일치하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 자기 개념으로 통합된다. 그 결과 개인은 현실에 대해 정확하고 풍부한 이해를 지니게 되며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발견하고 원활하게 발휘하면서 건강한 심리적 적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아동의 행동과 경험은 부모나 교사에 의해서 조건 없이 수용되고 존중되지 않는다. 아동은 부모를 비롯한 타인의 보살핌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데, 부모는 아이가 한 유기체로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욕구, 재능, 행동양식을 조건 없이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가치와 기대에 맞추어 조건적인 수용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동은 자신의 유기체적 욕구와 부모의 애정을 얻으려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아동은 부모의 애정을 얻기 위하여 부모가 지닌 가치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다. 부모가 지닌 가치의 조건에 따라 행동할 경우, 부모로부터 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받게 되고 이는 긍정적 자기 존중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조건부 사랑을 받게 되면, 아동은 자신의 모든 특성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아동은 부모가 부여하는 가치의 조건을 내면화하여 자기 개념을 구성한다. 자기 개념은 자신에 관한 경험을 조직하는 개념적 체계로서 현재의 자기 모습을 반영하는 현실적 자기(real self)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적 자기(ideal self)를 포함하고 있다. 부모의 기대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긍정적 존중을 받고자 하는 아동은 높은 이상적 자기를 지니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부모가 제시하는 가치의 조건이 개인의 유기체적 욕구와 괴리되면, 개인은 유기체로서 경험하는 것들과 자기 개념 간에 불일치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자녀의 욕구를 잘 수용하지 못하는 부모에게서 양육된 아동은 자기 개념과 자신의 유기체적 경험 간의 괴리를 경험하게 된다. 유기체적 경험은 개인이 몸과 마음을 통해 자각하게 되는 주관적 체험으로서 개인의 가치 체계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 순수한 형태의 경험을 말한다. 특히 이상적 자기의 수준이 높은 개인은 자신의 유기체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치의 조건과 일치하는 경험은 수용되어 자기 개념으로 통합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험은 무시되거나 왜곡된다. 이러한 유기체적 경험과 자기 개념의 괴리는 위협으로 느껴지며 불안을 일으키게 되고, 개인은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유기체적 경험을 왜곡하거나 부인하게 된다.
부모의 사랑이 더 조건적일수록 가치의 조건이 아동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괴리될수록 개인은 더욱 병리적으로 발전하기 쉽다. 긍정적인 자기 존중에 대한 욕구 때문에 개인은 자기 경험을 부모의 가치 조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지각하여 내면화한다. 아울러 가치의 조건에 부합하는 경험과 행동은 의식 속에 정확한 표상으로 남겨지게 된다. 예를 들어 높은 성취를 강요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란 사람은 그들의 성취 경험을 잘 지각하여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조건에 위배되는 경험과 행동은 그에 맞게 왜곡되거나 의식에서 배제될 것이다. 성취 욕구가 강한 사람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즐기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Rogers에 따르면 심리적 부적응의 핵심은 유기체의 전체 경험과 자기 개념의 불일치이다. 자기와 경험의 일치 여부에 따라 건강한 삶과 부적응적인 삶으로 나누어진다.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가 클수록 자기 구조는 자신을 스스로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경직되게 구조화한다. 또한 가치의 조건에 근거한 긍정적인 자기 존중감을 얻기 위해서 아동은 방어 기제를 발달시키게 되며, 그 결과 자신의 진실된 경험 세계와 접촉하지 못한 채 세상을 부정확하고 고정된 방식으로 지각하게 된다. 예컨대 서한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개인은 분노나 질투와 같은 정서적 경험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합리화, 투사, 부정과 같은 방어 기제를 통해서 자기 경험을 왜곡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 개념과 유기체적 경험의 괴리가 점점 확대되면 개인은 점점 더 심한 불안을 경험하게 되며 부적응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이처럼 유기체적 경험이 자기 개념으로 통합되지 못할 때 심리적 부적응이 생겨난다.
개인의 경험과 자기 개념 간의 불일치가 클수록 행동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자기에 대한 관점과 경험 간의 괴리가 극단적으로 증폭되거나 그동안 왜곡하고 부인해온 유기체적 경험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될 경우, 개인은 정신병적 혼란과 와해를 나타낼 수 있다. Rogers는 왜곡의 정도가 부적응 증상의 심각성을 결정한다고 주장했으며 합리화, 환상, 투사, 편집적인 사고 등과 같은 방어기제를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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