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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의 모든 것

인간중심치료의 핵심조건

by 코코 라이프 2022. 10. 5.
치료의 핵심 조건


(1) 진실성 또는 일치성


 Rogers에 따르면 내담자의 치료적 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치료자의 진실성이다. 진실성(genuineness)은 치료자가 전문가의 역할 뒤로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고 꾸밈없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진실성은 일치성(congruenc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진실하기 위해서 치료자 자신이 자기와 경험을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자는 내담자와의 치료 관계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내면적 경험을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성과 일치성의 조건에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실성은 치료자가 치료 과정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의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치료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내면적 경험을 개방적인 태도로 자각하여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치료자는 내면적으로 경험하는 것과 내담자에게 외현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진실성은 치료자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내담자에게 모두 표현하거나 노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성은 자신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경험과 항상 접촉하며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진실하게 존재하려는 의지를 뜻한다. 진실성은 전문가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치료 과정을 대단히 전문적인 신비스러운 것으로 나타내려는 유혹에 대항하는 것이다. 설혹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의 자각을 부정하지 않으며 열린 자세로 수용하고 투명하게 표현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진실성은 신뢰로운 치료 관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치료자가 진실한 모습을 보여줄 때, 내담자는 치료자와 치료 과정을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하기 위해서 치료자는 자신에게 체험되는 감정들을 매 순간 잘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변화하는 흐름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치료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치료적 관계가 더욱 진실하고 신뢰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치료자가 자신의 약점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낼 때 내담자 역시 자신의 약점을 공개하고 자신의 현재 상태를 수용하게 된다. 또한 내담자는 치료자의 진실한 반응을 보면서 자신도 더 진실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진실성은 자기 노출과 비슷하지만 구별되어야 한다. 치료자의 자기 노출은 자신에 관한 개인적 정보과 경험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진실성과 유사하지만, 진실성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자기 노출과는 차이가 있다.


(2)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인간중심 치료에서 제시하는 두 번째의 치료적 조건은 내담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다. Rogers는 긍정적 존중에 대한 욕구가 인간에게 보편적이며 집요하다고 믿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자를 찾는다. 내담자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치료자로부터 긍정적 존중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은 내담자의 생각, 감정, 행동에 대하여 어떤 판단이나 평가도 내리지 않는 치료자의 순수한 보살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내담자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조건 없이 소중한 것으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은 수용(acceptance)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은 단지 내담자를 격려하기 위해서 무조건 칭찬해주거나 내담자의 편을 들어주거나 따뜻한 태도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Rogers에 따르면 무조건적 존중은 개인의 모든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과 가치 있는 존재로서의 존중을 의미한다. 그래서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솔직한 긍정적 감정으로써 판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내담자가 괴로움, 적개심, 부적절한 감정, 방어적 태도를 나타낼 때도 긍정적이고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때와 똑같이 수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스스로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담자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치료자의 태도는 내담자와의 신뢰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자기 내면을 더 깊이 탐색하고 잘못된 생각을 스스로 바로잡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무조건적 수용과 존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치료자에게는 내담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있는 그대로 마음속 깊이 수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는 비평가적이고 비판단적이어야 한다. 상처를 입고 아픔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두려움에 방어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장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라는 치료적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3) 공감적 이해

 Rogers가 강조한 세 번째의 핵심적 치료조건은 공감적 이해이다.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는 치료자가 마치 내담자가 된 것처럼 그의 심정을 느끼는 것이다. 치료자가 내담자의 주관적인 경험 세계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감정들과 개인적인 의미들을 치료자가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는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내담자의 관점에서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내면적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은 강력한 치료적 요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외로운 존재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주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자 감동이다. 더구나 고통스러운 경험 속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내담자의 마음을 치료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깊이 공감해주는 것은 강력한 치료적 효과를 지닌다. 치료자의 공감은 내담자가 자신이 이해받고 수용된다는 느낌을 지니게 할 뿐만 아니라 치료자와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내담자의 내면세계 속에서 치료자는 믿을 만한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은 내담자가 고통스러운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내면세계를 더 깊게 탐색하며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의욕과 활기를 북돋아 주게 된다.

 공감은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에 동조하거나 내담자를 측은하게 여기며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내담자의 감정을 추측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공감은 치료자가 내담자와의 경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그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며 휩쓸려 드는 것도 아니며, 내담자와의 거리를 냉정하게 유지한 채 그의 내면세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공감은 내담자의 감정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내담자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는 안정된 자기 정체감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자기 세계로 되돌아갈 능력을 잃지 않은 채 '마치 내담자인 것처럼' 그의 경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치료자는 치료과정에서 내담자가 순간순간 느끼는 경험과 감정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Rogers는 공감적 이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확한 공감적 이해는 치료자가 완전하게 내담자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내담자가 경험하는 감정에 순간순간 민감함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치료자가 내담자의 개인적인 의미의 세계 속에서 느끼는 것을 말한다."

 Rogers에 따르면 공감적 이해는 진실성과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 먼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공감적 이해를 위해서 치료자는 위선적 가면을 벗고 진실한 모습으로 내담자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존중하면서 그의 내면세계로 들어가 교감하며 동행하는 동반자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리치료는 내담자가 자기 개념에 대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유기체적 경험을 왜곡 없이 지각하여 이를 자기 개념에 통합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료자는 이전에 내담자의 부모가 제공했던 조건적이고 가치 평가적인 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를 제공해야 한다. Rogers는 한때 농학을 공부했던 경력 때문인지 심리치료를 식물재배에 비유하고 있다. 콩의 씨앗은 성장을 위한 모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하게 발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건이 제공되어야 한다. 적절한 온도, 햇빛, 수분이 있는 기름진 땅에서 콩은 예정된 대로 싹을 피우고 줄기를 펼치며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인간은 특별히 손을 댈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조작을 가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콩의 성장을 위협하게 된다. 유능한 농부는 콩이 잘 자랄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인식하여 제공하려고 노력할 뿐 콩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가능한 한 내버려둔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실현 경향성을 발현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담자는 자기실현과 성장을 위한 모든 잠재력을 이미 지니고 있으나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자라지 못하고 있는 콩과 같다. 내담자의 성장을 촉진하는 조건은 바로 진실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그리고 공감적 이해이다. 내담자는 진실한 태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무조건 수용하고 존중하는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경험에 대한 공감적인 이해를 받을 때, 그동안 왜곡하고 부인해왔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자각하고 수용함으로써 자기개념과의 통합을 이루게 된다. 달리 말하면 유기체적 경험과 자기 개념이 통합됨으로써 자신의 잠재 능력을 원활하게 발현하는 자기실현적 인간, 즉 충분히 가능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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