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합된 유기체로서의 인간
인간은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로 이해되어야 한다. 유기체(organism)는 육체와 정신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로서의 개별적 생명체를 의미한다. 어린 유아는 유기체적 감각(organismic sensing)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며 통합된 전체로서 이에 반응한다. Rogers에 의하면 인간 유기체는 신체적 기능과 감각, 감정, 동기, 사고 등의 심리적 기능이 통합적으로 조직된 체계로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순간마다 유기체적 경험(organismic experience)을 하게 된다. 이러한 유기체적 경험은 개인이 경험하는 모든 것으로서 현상적 장, 즉 심리적 현실을 구성한다.
(2) 주관적 현실로서의 현상적 장
현상적 장(phenomenal field)은 순간마다 개인의 의식에 지각되고 경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유기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현상적 장은 개인이 변화하는 세계를 지각하고 경험하는 심리적 공간으로서 개인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세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주관적인 경험세계의 중심은 개인이다. 이러한 현상적 장은 개인에게만 알려질 수 있는 사적인 세계이다. 개인은 주관적 경험 세계인 현상적 장에서 인식되는 변화에 반응한다. Rogers에 있어서 현상적 장은 세상이 개인에게 경험된 것으로서 개인이 반응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다. 현상적 장은 개인에게 실제적인 세계로 여겨지는 내적 참조체계(the internal frame of reference)로서 모든 판단과 행동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은 어떤 것이든 그의 주관적 현실에서는 적합한 것이다. 인간중심 치료에서는 내담자의 내적인 경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내적 참조체계인 현상적 장, 즉 개인의 경험 세계는 공감적 추론에 의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내적 참조체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실현 경향성
Rogers는 인간에게 단 하나의 기본적 동기가 있다고 믿었는데, 이를 실현 경향성(actualizing tendency)이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유지시키면서 잠재력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성취하려는 선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마치 장미가 스스로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듯이, 인간도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며 성장과 성숙을 향하여 나아간다. 실현 경향성을 구속하는 유일한 요인은 바로 개인이 속해 있는 환경이다. 자양분과 수분 그리고 적절한 보살핌이 부족할 때 장미가 꽃을 피울 수 없듯이, 인간도 실현 경향성을 지원하는 호의적 여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건강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4) 자기와 자기개념
자기는 Rogers의 성격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어린 유아는 자신의 내부에서 지각되는 자기경험과 외부의 타인에 대한 경험을 구별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이 발달한다. 자기(self) 또는 자기개념(self-concept)은 개인이 자신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지속적인 체계적 인식을 의미한다. 자기는 개인의 경험 세계로부터 분화된 것으로서 자신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지각한 것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포함한다. Rogers는 자기와 자기개념이라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는데, 자기개념은 현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개인의 인식, 즉 자아상을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면서, 아동은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존중(positive regard)을 받고 싶은 욕구도 함께 발달하게 된다. 긍정적 존중의 욕구는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서적 보살핌을 통해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소망을 포함한다. 자기개념은 현재의 자기 모습을 반영하는 현실적 자기(real self)뿐만 아니라 긍정적 존중을 받기 위해 추구해야 할 이상적 자기(ideal self)도 포함하고 있다. 이상적 자기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 받기 위한 가치의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
(5) 가치의 조건
자기 또는 자기개념의 발달은 개인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것에 근거하여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개인은 각각의 경험을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평가하는데, 이러한 평가과정을 Rogers는 유기체적 가치화 과정(organismic valuing process)이라고 지칭했다. 개인이 이러한 유기체적 가치화 과정을 따를 때, 자기는 경험과 일치하는 것으로 편안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방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부모를 비롯한 중요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신이 소중하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가치의 조건(condition of worth)을 습득하게 된다. 이때 타인으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존중은 개인의 자기존중감과 자기 가치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동은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존중을 통해서 자기 존중감을 증진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나 교사는 조건부의 존중과 애정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은 긍정적 존중을 받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가치와 기준을 받아들여 내면화한다. 즉 자긴의 유기체적 경험보다 긍정적 존중을 받기 위한 가치의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며 추구하게 된다. 가치의 조건은 어떤 경험이 유기체로서의 자신을 고양시키는지와 무관하게 단지 타인에 의해서 부여된 가치 때문에 그 경험을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은 가치의 조건을 자기개념의 일부로 내면화하며 이와 일치하지 않는 자신의 특성이나 경험은 불편하거나 불쾌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6)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
개인이 자신의 유기체적 경험을 자기개념과 일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통합할 때, 건강한 심리적 적응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개인은 실현 경향성에 따르는 유기체적 욕구와 가치의 조건을 획득하려는 자기존중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개인이 유기체로서 소망하며 경험하는 것들과 자기 존중감을 느끼기 위해 추구하는 것들 간에 불일치가 생겨난다. Rogers는 이를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incongruence between self and experience)라고 불렀다. 개인이 자신의 유기체적 경험을 무시하거나 왜곡하여 그러한 경험을 자기구조로 통합하지 못할 때, 심리적 부적응이 발생한다.
(7)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과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
개인이 유기체적 경험을 자기개념으로 통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한 경험에 대한 충분한 수용과 존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개인은 방어적인 태도로 자기 경험을 통합하지 못한 채 갈등을 겪게 된다. Rogers는 개인이 경험하는 가치의 조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자기 존중감이 증진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개인의 모든 경험이 조건 없이 긍정적인 존중을 받게 되면, 자기 경험을 충분히 수용하여 자기구조로 통합시킬 뿐만 아니라 내면적 자원을 발휘하는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the fully functioning person)으로 성장하게 된다. 인간중심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담자가 온전히 기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충분히 그리고 사실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두려움이나 방어적 태도 없이 자기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은 자기 신뢰를 가지며 외부의 가치나 권위적인 다른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 개인적인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며 자신의 행동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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