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은 통합적 존재로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목표를 향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아들러는 가상적인 최종목표라는 개념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목표의 이면에 열등감 보상과 완전성 추구의 동기가 존재함을 주장한다.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추구하는 목표와 더불어 그것을 추구하는 독특한 생활양식과 공동체 의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들러는 이러한 성격 특성을 형성하는 데 개인의 출생서열과 가족구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1) 가상적인 최종목표
아들러는 인간의 삶을 목적론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결정론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목적론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구체적이든 포괄적이든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는 유전이나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택의 산물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지니는데, 아들러는 이를 가상적인 최종목표라고 지칭했다.
가상적인 최종목표라는 개념은 아들러가 독일 철학자 Vaihinger의 저서 '마치 ~처럼'의 철학으로부터 받은 영감에 근거한다. 인간은 누구나 허구적인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데 이러한 허구적 이상은 실제적인 대응물을 갖지 못하는 관념에 불과하지만 개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실제적인 유용성을 지닌다. 허구적인 이상은 인생에 의욕과 생동감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행동을 유발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아들러는 개인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가 지닌 허구적 이상, 즉 가상적 최종목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들러에 따르면, 가상적인 최종목표는 아동기에 형성된다. 비록 이 시기에 그러한 목표가 구체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의 행동 방향성을 결정한다. 이러한 목표는 개인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 수준에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최종목표는 허구적인 이상으로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최상의 지침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최종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명료하게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최종목표는 성격 통합의 기본원리로 작동하며 개인의 삶을 인도하는 초점이 된다. 최종목표는 개인의 열등감을 보상하는 기능을 지닌다. 아들러의 경우 아동기에 설정한 목표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상적 목표는 자신의 병약함과 무기력함을 보상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그러나 의사가 되는 것은 어린 아들러에게 다분히 의식적인 수준의 목표였으며 그의 깊은 마음속에서의 최종목표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심리적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훌륭한 심리치료자가 되는 것이었다.
(2) 열등감 극복과 우월감 추구
아들러는 열등감이 성격 형성에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일반의로 활동하면서 신체 기관의 결함을 지닌 사람들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관찰했다. 자신도 선천적인 신체장애로 열등감을 경험한 바 있는 아들러는 개인이 지니는 신체적 결함을 '신체 열등'이라고 불렀다. 어린 아동에게 있어서 신체 열등은 적응을 위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무능함의 고통이기 때문에 아동은 그러한 열등을 극복하고 보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아들러는 열등감을 모든 정신병리의 일차적 원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열등감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며 그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열등감은 매우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현상으로서 그것을 극복하고 보상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자기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열등하다고 평가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열등함을 다른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도록 숨기며 삶의 도전을 회피한다면 열등 콤플렉스가 되어 자신이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게 된다.
열등감은 우월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월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이지만 열등 콤플렉스의 과잉 보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예컨대 공부나 운동에서 실제로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는 학생이 느끼는 우월감은 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항상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를 혼동하는 것으로서 열등 콤플렉스를 보상하려는 과장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러는 이러한 현상을 우월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우월 콤플렉스는 마치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려는 과장된 시도로서 현실적인 적응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필요한 능력의 습득을 방해함으로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들러는 열등감을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으로 여겼다. 또한 열등함을 극복하고, 우월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긍정적인 자기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열등함을 인정하지 않고 성장의 기회를 회피하는 열등감 콤플렉스나 그 보상적 형태로 나타나는 우월감 콤플렉스는 부적응을 초래하는 병적인 것으로 보았다. 심리치료 과정에서는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건강한 노력과 그것을 회피하려는 병적인 콤플렉스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생활양식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신념과 행동 방식을 지닌다. 아들러는 개인이 지니는 독특한 삶의 방식을 생활양식이라고 지칭했다. 생활양식은 개인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지니는 나름대로의 신념 체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감정과 행동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모든 태도와 소망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열등감을 극복하고 최종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추구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생활양식은 개인의 모든 행동이 일관성 있게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다.
생활양식은 어린 시절의 가족 경험에 의해서 발달한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비롯하여 형제자매관계가 생활양식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생활양식은 성격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최종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개인의 독특한 신념, 사고, 감정, 행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성격과는 다르다. 생활양식은 개인의 일상적인 삶을 인도하는 목표와 더불어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신념과 태도를 포함하는 인지적인 청사진이다. 아울러 생활양식은 일상적 사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 패턴과 그에 반응하는 행동 방식을 포함한다. 심리치료에서 생활양식의 분석은 내담자의 장기목표와 동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를 통해서 내담자가 삶에서 겪은 도전과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창조적으로 발달시켜온 신념 체계와 행동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양식의 연속성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내담자의 부적응적인 신념과 행동을 수정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4) 사회적 관심
아들러가 정신건강의 주요한 지표로 제시한 독특한 개념 중 하나가 사회적 관심이다. 그에 따르면, 성공적인 삶과 건강한 성격의 기준은 개인이 자신의 삶과 생활과제에 접근하는 방식 속에 얼마나 사회적 관심을 포함하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아들러가 이러한 개념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한 독일어는 'Gemeinschaftsgefiihl'로서 직역하면 공동체감 또는 공동체 의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영어로는 Social Interest라고 번역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개인의 내면적 인식체계를 사회적인 환경적 요구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도록 조절하는 심리적 태도를 의미한다.
아들러는 사회적 관심을 세 가지의 발달적 측면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발달단계는 타고난 기질로서의 사회적 관심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협동하는 기질적 측면을 의미하며 선천적인 개인차를 나타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개인적 능력으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협동과 기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함양할 수 있는 협동의 기술을 뜻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태도로서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회적 이익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를 의미한다.
사회적 관심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한 차원은 타인이나 사회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타협하고 협동하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다른 차원은 사회적 이익과 발전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기여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특히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하고 헌신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통해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개인이 타인이나 사회적 집단을 넘어서 자연 세계나 우주 전체와의 연결성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려는 이상적인 태도로 확장될 수 있다.
(5) 출생순서와 가족구조
아들러는 어린 시절의 가족 경험과 출생순서가 개인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가족은 개인이 태어나서 처음 속하게 되는 사회집단으로서 그의 생활양식과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가족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존재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에 관한 다양한 신념을 형성한다. 가족 내에서 아이의 서열적 위치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관점과 생활양식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 환경에 대한 지각은 아이마다 다르며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한 아이가 출생함에 따라 가족구조는 변화하며 나이 차이나 아이들의 성도 가족 내 아이들의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 가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재정 상태, 이사, 가족 구성원의 변동, 죽음이나 부모의 이혼 등이 있다.
아들러는 출생순서가 개인의 행동양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으나 그것이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 다만 가족 내의 형제 서열에 따라 아이가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러는 개인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맥락으로서 부모, 형제자매, 중요한 타인들을 포함하고 있다. 출생서열에 따라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들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특성들은 고정된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아이는 부모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응석받이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동생이 태어나면 자신이 왕좌에서 물러나는 듯한 박탈감을 느낀다. 이러한 박탈감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첫째 아이는 착한 행동을 함으로써 우월한 지위를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첫째 아이는 책임감이 강하며 성장하여 가정을 돌보는 일에 몰두하여 친구 관계나 사회생활을 경시할 수 있다.
둘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첫째 아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더구나 항상 자신보다 앞서가는 첫째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는 동시에 경쟁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와 다른 영역의 능력을 개발시켜 인정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첫째 아이가 실패한 것을 성취함으로써 부모의 애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와 반대되는 성격을 발달시키게 된다.
중간 아이는 위와 아래로 형제나 자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다. 이들은 따라 잡히지 않도록 애쓰는 한편, 앞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간 아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무력감을 느끼며 다른 형제와 자매들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 그 대신, 친구를 사귀거나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으며 갈등이 많은 가족에서는 갈등 조정자나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막내 아이는 가장 어린 아이로서 가족의 관심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위치에서 성장한다. 부모와 형제자매로부터 과잉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의존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무책임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때로는 가장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여 열등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막내 아이는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추구하며 매우 독특한 영역에서 탁월한 성취를 나타낼 수 있다.
외동아이는 어른들로만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한다. 경쟁할 다른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어른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높은 성취동기를 지닐 수 있다. 부모가 너무 유능할 경우, 아이는 부모와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서 낙담하거나 그들이 유능함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외동아이는 다른 형제자매들과 협동하거나 분배하는 것을 배우지 못해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무대의 중심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을 즐기며 이러한 욕구가 좌절될 경우에는 과민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6) 성격 유형론
아들러는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패턴에 따라 기술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어떤 유형론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제시했으나 그의 주된 관심사는 개인의 고유성을 기술하고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개인의 태도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지배형으로서 타인을 대할 때 지배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며 대부분의 관계에서 이러한 태도를 나타낸다. 두 번째 유형은 의존형으로서 가장 흔하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며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유형은 회피형으로서 타인과의 갈등이나 거부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사람들이다. 네 번째 유형은 사회적 공헌형으로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앞의 세 가지 유형(지배형, 의존형, 회피형)은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협동과 기여를 위한 사회적 능력과 의지가 결핍되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타인과의 갈등이나 문제를 겪게 되면 부적절감이나 충격에 빠진 채 부적응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네 번째 유형은 협동과 기여를 위한 사회적 관심을 잘 갖춘 사람으로서 타인에게 유익한 행동을 하고 사회적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아들러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사회적 관심에 근거한 대인관계의 양과 질은 정신건강의 주요한 지표이다. 그는 타인과 협동할 수 있고 사회적 안녕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삶의 의미와 자기실현을 성취할 수 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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